심리 상담은 조심해서 받아야 한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겪었던 경험과 여러 책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 있다. 특히 책 '몸은 기억한다'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흔히 받는 심리 상담의 치료율은 생각보다 매우 낮다.
특히 대화 치료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기대만큼 쉽지 않다.
오히려 그 상처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상담 과정에서 좋지 않은 기억들을 꺼내다 보면, 화가 났던 기억이나 억울했던 경험, 슬픔에 빠졌던 감정들이 되살아나고, 떠올릴수록 그 감정들이 더 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 좋은 기억과 감정을 좋은 감정으로 바꾸거나, 현재와는 먼 과거의 기억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단순히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몸은 기억한다'의 저자인 베셀 반 데어 콜크 박사는 30년 넘게 트라우마 치료를 해오면서, 대화 치료보다는 EMDR(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 요가와 명상, 뉴로 피드백, 연극 치료 같은 방법들을 더 우선적으로 권하거나 병행하도록 한다.
EMDR은 트라우마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눈동자를 꿈을 꿀 때처럼 고속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인데, 안 좋은 기억에 새로운 감정을 입히는 효과가 있어 치유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가와 명상도 트라우마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요가는 신체의 긴장을 완화하고,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며, 명상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뉴로 피드백은 뇌의 활동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훈련함으로써 마음의 안정과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사용된다. 연극 치료는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고, 억눌려 있던 감정이나 상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대안적 치료 방법들은 전통적인 대화 치료와는 다른 방식으로 트라우마를 다루며,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의외로 약물 치료도 생각만큼 효과가 높지 않다. 주류 의학에서 인정하는 대화 치료와 약물 치료의 성공률은 40%를 넘기 어렵다. 물론 상담사의 역량이 뛰어나고 책임감이 있으며, 환자와의 관계가 잘 맞는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상담사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심리 상담소를 여러 군데 옮겨 다니며 4-5명 정도의 상담사를 찾아본 후에야 비로소 맞는 상담사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며, 상담을 받을수록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심리 상담사의 정신이 불안정한 경우도 적지 않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고,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사람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다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심리 상담사가 되려면 최소 석사 이상의 학력이 필요하지만, 월 100-2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상황에서 내담자에게 충분히 공감하고 성실히 상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심지어 상담받는 사람들은 매 회당 10-20만원이라는 큰 돈을 지불하는데도 불구하고, 상담사 입장에서는 이를 푼돈으로 여기고 흔한 고객으로 취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상담사의 피로와 불만족이 결국 내담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높인다.
나는 대학교 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학교 내 심리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박사 과정의 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들은 지식은 많았지만 실제로 상처 입은 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나도 처음엔 속내를 털어놓지 않으려 했지만, 여러 차례의 상담 후에 결국 깊은 상처를 털어놓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 상처가 오히려 더 깊게 후벼파졌다.
그 당시에는 그게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야 그 상담이 내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로 인해 나는 타인에게 쉽게 비밀을 털어놓기 어려워졌고,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누군가의 깊은 심리와 내면을 다루는 일은 매우 조심스럽고 정교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나는 배우는 학생들의 실험 대상이 되어 큰 상처를 입었다.
이러한 경험이 나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심리 상담에서 꽤 흔하게 발생한다. 심리 상담사가 충분한 경험이 없거나, 내담자를 대하는 태도가 부족하다면 내담자는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일부 상담사는 자신에게 심리 문제가 있어서 심리를 공부하다가 상담사가 되고 그 문제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심리 상담은 내담자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상담사의 역량과 경험, 그리고 그들의 인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과 상처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상담은 치유가 아닌 새로운 상처를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을 통해 심리 상담의 위험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상담을 결정할 때 신중히 선택했으면 좋겠다.
심리 상담을 받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누군가를 찾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상담사가 전문가여서 혹은 치료 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단지 완전히 모르는 제3자와 이야기하는 것이 위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신의 고통을 들어주고 공감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고민이나 상처일수록,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심리 상담은 때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는 심리 상담에 대해 충분히 공부한 후에 여러 상담사를 만나보고, 그 중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오래 상담을 진행하기를 권하고 싶다.
심리 상담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있으면 상담 과정에서 더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상담사와의 관계도 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상담사를 만나 비교해 보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맞는 상담사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리 상담은 내 마음을 맡기는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주체성을 잃지 않고, 충분히 준비된 상태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심리 상담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과정에서 주의할 점도 많다. 상담사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잘 살피며, 필요할 경우 상담사를 변경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내 감정과 정신 건강을 돌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주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심리 상담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일이지만, 올바른 선택과 준비가 있다면 내 삶에 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
참고 및 책 추천 - '몸은 기억한다' (베셀 반 데어콜크 저)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진스 계약해지 논란: 왜 사람들은 분노하는가? (0) | 2024.12.09 |
---|---|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나면 중독에 왜 더 쉽게 빠질까? (0) | 2024.12.01 |
나르시즘과 명품소비 관련이 있을까? (0) | 2024.11.19 |
MBTI별 패션 스타일은 어떻게 다를까? (0) | 2024.11.18 |
여자들이 집단 분위기에 더 잘 휩쓸리는 이유 (0) | 202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