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꽤 오랫동안 금욕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금욕이라기보단 ‘내 삶을 좀 정돈해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절제의 시간이었고,
자연스럽게 그쪽(?)도 함께 멈추게 된 거였다.
처음에는 별 기대 없었다.
"금욕하면 뭔가 초인이 된다더라"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게 다였다.
사실 그땐 그 말이 웃기기까지 했다.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런데 의외였다.
금욕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자 몸도 마음도 차분해졌다.
이상하게 하루가 길어졌고,
집중력은 날카로워졌고, 감정도 덜 흔들렸다.
예전에 툭 하면 예민하게 반응하던 말에도,
"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밤에는 더 깊이 잘 수 있었고, 아침엔 스스로 눈이 떠졌다.
약간… 현자가 된 기분이랄까?
뭔가 잘 굴러가고 있었다.
금욕을 하고 있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도 내게 뭔가 달라졌다고 했다.
“요즘 되게 차분하다”, “에너지 되게 좋다”, “너랑 있으면 편해” 같은 말들이 들려왔다.
나도 그게 왜 그런지 몰랐지만, 왠지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랬다.
그냥… 실수였다. 하루쯤은 괜찮겠지,
이제 충분히 단련됐잖아?
내심 그런 생각도 있었고, 뭐랄까,
인간이라면 한 번쯤은 무너지기도 하는 법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 진짜 이상했다.
처음엔 그냥 기분 탓인 줄 알았다.
근데 머리가 멍한 느낌이 계속됐다.
집중이 안 되고, 책도 안 읽히고, 짜증도 쉽게 나고,
말끝마다 실수가 이어졌다.
회사에선 문서 하나 제대로 못 올렸고,
약속 시간도 헷갈려서 친구한테 욕 먹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다음 날, 꽤 친했지만 약간은 미묘한 사이였던
여자 지인이 갑자기 연락을 해서 시비 아닌 시비를 걸었다.
별일 아닌 줄 알았는데, 내가 금욕 깨고 나서 뭔가 기운이 흐트러졌단 걸
그 친구가 본능적으로 눈치챈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괜히 싸늘했다.
그때부터 뒤늦게 진지하게 생각했다.
"설마… 그 금욕 때문이었나?"
조금씩 기억이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금욕을 하던 기간 동안은 정말 이상하리만치 ‘운’이 좋았다.
길을 가다 우연히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일도 술술 풀렸다. 마음도 평온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나는 ‘내가 그냥 요즘 잘 풀리나보다~’ 정도로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건 단순한 운이 아니라,
내가 쌓아온 에너지의 흐름이 만들어낸 ‘순리’였던 거다.
그 흐름이 딱 끊긴 날.
모든 게 확실히 달라졌다.
내 안의 에너지는 분산됐고, 눈빛은 흐릿해졌고,
집중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역체감’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었다.
금욕이란 ‘어마어마한 기운을 모으는 일’이었다.
이제야 안다. 그 조용했던 일상,
내면의 맑음, 사람들과의 부드러운 소통,
모든 것이 금욕이라는 단순한 행위가 준 복리였다는 걸.
그걸 모르고 찰나의 쾌락에 흔들린 내가 참 우스웠다.
사람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진 모른다더니,
내가 딱 그랬다.
물론 뭐…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걸로 끝은 아니다.
문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깨달음’을 영혼에 박는 거다.
이번엔 조금 더 진지하게,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하게 나를 지켜보려고 한다.
유혹은 늘 온다.
하지만 그 유혹 뒤에 어떤 몽롱함과 후회가 따라오는지도 나는 이제 알고 있다.
그래서 다짐한다.
나는 다시 금욕의 길로 간다.
다시 내 안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다시 명료한 정신과 고요한 감정을 갖기 위해.
그리고… 뭔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그 길로,
조용히, 묵묵히 걸어가려 한다.
다시 시작이다. 이번엔,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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