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독 흡연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특히 남성 흡연율은 한때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기록했을 정도다.
왜 한국 사회는 담배에 이렇게 관대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군대와 직장이라는 두 집단 문화에 있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오겠습니다”
– 군대에서 시작된 흡연 권장 문화
한국 남성이라면 대부분 군 복무를 경험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흡연은 군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 흡연자에게는 쉬는 시간이 보장되고,
- 비흡연자보다 더 자주 밖에 나갈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며,
- 선임과의 관계에서 담배는 ‘서로 통하는 매개체’가 된다.
결국 담배는 단순한 니코틴 섭취 수단을 넘어,
군대 내에서는 권리, 소통, 스트레스 해소의 도구가 된다.
그 결과, 비흡연자였던 청년들이 군대에서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담배 한 대 하실까요?”
– 회사에서 계속되는 ‘흡연 네트워크’
사회에 나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직장에서는
흡연실이 일종의 ‘비공식 회의실’로 기능한다.
- 흡연자들끼리 모여 중요한 정보를 나누고,
- 상사와의 유대감도 흡연을 통해 쌓는다.
- 담배를 피우는 동안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비흡연자에게는 없는
‘사적 네트워크’가 담배를 매개로 형성되면서,
흡연이 일종의 직장 내 생존 전략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비흡연자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까?
군대에서도, 직장에서도
흡연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은 분명히 존재했다.
비흡연자는 쉬는 시간도 적고,
관계 형성의 기회도 제한되며,
오히려 건강한 선택이 불이익이 되는 구조였다.
이런 왜곡된 문화 속에서
흡연은 무언의 권장사항이었고,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 전반에 높은 흡연율을 만들었다.
이제는 사회 전체가 금연을 이야기할 때다
다행히도 지금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 공공장소 금연 구역 확대
- 직장 내 금연 캠페인
- 군대 내 금연 프로그램 등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사회 전반에 여전히
“흡연은 이해받아야 할 스트레스 해소법”
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이제는 개인의 의지에 맡기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구조와 문화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 군대에서는 담배 대신 대체 휴식권을 보장해야 하고,
- 회사에서는 흡연자만의 휴식·소통 기회를 제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 흡연이 더 이상 특권이 아닌 불편이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담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다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선
“담배 피우지 않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을 뒤엎어야 한다.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을 유도하고 강화하는 건 사회 전체의 구조와 문화였다.
앞으로는 금연을 개인의 의지에만 맡기지 않고,
사회 전체가 금연을 응원하고, 금연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함께 바꾸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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