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정체성이 공격 당하면 공격을 한다.
자신이 지닌 '나는 무엇이다'는 정체성이 공격 받으면 꼭 화를 내고 다른 사람을 트집잡으려고 한다.
최근 영화 커뮤니티에 '업자'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재밌는게 상당수 사람들이 '업자'를 싫어했지만 일부는 '업자'를 강하게 옹호하고, '업자를 까는 사람'을 작은 트집을 잡아서 공격했다. 사실 '업자'들은 비난 받는 걸 무시하고, 자기 할일 하면 된다. 여전히 굿즈 판매로 수익을 얻으면 된다. 자본주의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비난하는 글은 무시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업자' 일을 하면서 '업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업자'를 까는 글을 보자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지고, 생존에 위혐을 느껴서 업자를 까는 사람을 깐다. 어느 순간 '나는 업자다'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정체성의 예로 '업자'를 들었지만 사실 정체성의 예는 무궁무진하다.
'나는 친절한 사람이다'
'나는 의사다'
'나는 변호사다'
'나는 개발자다'
'나는 박사다'
'나는 대학생이다'
'나는 직장인이다'
같은 것도 다 정체성이다. 나는 무엇이다고 정의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 정체성이다.정체성은 그 사람이 살아 가는데 있어서, 믿는 바가 되고 행동을 정하는 원리가 된다.
재미있는 점은 한번 정체성을 정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일부 사람의 제외하곤 말이다. 이 때문에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자기 정체성에 따라서 해석을 한다.
자기 정체성은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거의 운명과도 같다. 일단 '나는 똑똑하다'는 정체성이 생기면 내가 똑똑하다고 여겨지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내가 똑똑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반발한다.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데 성적이 B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내가 평소 매우 똑똑하다는 정체성이 있다면, 성적을 잘못 준 교수가 문제가 있고 매우 학생을 생각 안하는 악랄한 교수가 된다. 혹은 높은 학점을 받을 가치가 없는 과목이어서 시간 투자를 안했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이때 이 학생에게 '똑똑하지 않다'는 말을 누가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매우 화를 내거나 기분이 나쁜 것을 티낼 것이다. 정체성이 공격 당했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성실하다'는 정체성이 있는 사람이 회사를 다니는 데 일을 하기가 무척 싫어졌다. 이 사람은 성실한 자신이 일을 대충할 이유를 만들어낼 것이다. 윗사람이 문제가 있다거나, 일하는데 쓰이는 컴퓨터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 결과 '나는 성실하다'는 정체성은 변하지 않고 유지가 된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면 불성실하고 핑계가 많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본인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때 이 직장인에게 '성실하지 않다'는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 매우 기분이 나빠하거나, 매우 억울해 할 것이다. 일을 안 한 게 아니라 다 사정이 있었던 것인데 이해를 못한다면서 말이다. 이는 정체성이 공격 당했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정체성을 여러개 지니고 있으며, MBTI 같은 것도 정체성이 될 수 있다. 나는 ENFP다 같은 게 강하게 정체성이 되면, ENFP가 아닌 다른 유형으로 보면 기분이 나빠질 수 있으며 ENFP스럽게 행동하고 살아가는 데 집착할 수 있다.
흔히 생기는 정체성은 전공, 직업 관련된 것이고 성별 관련, 정치 성향 관련 등이 있다.
정체성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현실을 자신이 지닌 정체성에 따라 왜곡해서 보게 되는 셈이다.
어떻게 하면 정체성과 거리를 두고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일단 내가 지닌 정체성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정체성 자체가 영원한 것이 아니고, 얼마든지 바뀌고 변화할 수 있음을 이해하야 한다. 그리할때 정체성과 결합된 상태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내가 지닌 직업, 직장이 내가 아님을 알아야한다. 내가 하는 일이 '변호사'라고 해서 모든 '변호사'가 나는 아니다. '변호사'중에도 사람들을 위하고, 고객을 대변해주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객을 돈으로만 보고 승소와 상관없이 적당히 처리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같은 '변호사'여도 실력도 다르고, 인성도 다르다.
내가 하는 일이 '개발자'라고 해서 모든 '개발자'가 나는 아니다. '개발자'중에 성실하고 실력도 좋고 다른 디자이너, 기획자들과 협업을 잘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말로만 개발을 하고 위의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만 아랫사람은 착취하고 조종한 뒤에 그들의 공만 빼먹는 개발자도 있다. 같은 '개발자'여도 실력도 다르고, 인성도 다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존재라서 자신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싶어한다. 정체성에 빠지고, 정체성이 공격 당했을때 크게 반박하는 건 인간의 기본 심리다. 하지만 여기에만 머물러 있으면 변화와 발전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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